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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태 (2021-03-05 15:56:47, Hit : 342, Vote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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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盲人이 된 친구이야기!


盲人이 된 친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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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일이다.

내가 마산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른  후
당시 명문학교인 경복중학교에 입학했다.

1학년 1반에서 그를 만났으며
나는 44번이고 그는 47번이라 앞뒤에 앉게되었다.

한 학급에 60명이었으며
이중에서 시골출신이 그와 나 단 둘이었고
나머지는 전원 서울출신이다.

나는 마산에서 상경해 억센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을 고스란히 유지했으나
그는 경기도 평택출신으로
서울사람의 말씨를쓰고 있었다.

당시는 TV가 없어서 나는 서울 말씨를
잘 들어보지도 못한채 상경한 셈이다.

이렇게 그와는 시골뜨기라는 동류의식을
느끼며 친하게 되었다.

그는 큰 키에 깊은 쌍꺼풀 진 눈을 가져
잘 생긴 외모었으나
어딘지 모를 촌스러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나
입학 후 처음 치른 시험에서 그가 반에서
1등을 하였다.

그는 말을 잘하고 쾌활한 성격이었으나
슬픔을 간직한 듯이 우수에 찬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2남 3녀중 제일 막내로 당시 이미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형님의 보호아래
서울에서 공부하는 누님들과 함께
자취한다는 것을 늦게 알게되었다.

1학년이 지나 2학년 때 쯤부터
학교에 결석이 잦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등록금을 못내고
선생님으로 부터 꾸중을 듣고는
등록금 마련 때까지는 결석을 자주하였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반에서 1등을 한 성적이
하위권으로 처졌다.

당시는 치열한 고등학교 입시 경쟁을
치러야 하며
경복중학교에서 경복고등학교의 합격률은
50%정도였으니
그는 합격 가능성이 낮았는데
마지막 3개월을 열심히 공부해
합격하였다고 들었다.

그는 역시 학급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수재였다.

고등학교에 진학 후 그는 갑자기 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초기에 적절히 치료했으면 완치가 가능한
홍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었는데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쳤다.

당시는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열악한 점도
있었으나
무료 수술을 해준다고 지인이 주선해
미8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한쪽 눈은 완전 실명되고
한쪽 눈은 신문의 제일 큰 제목을 간신히
볼 수 있는
약시가 되었으며
일반인의 정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을 간신히 수료하고
자퇴를 하였으며
친구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쯤 그는
서울맹아학교에 입학했다.

자기보다 서너살 아래의 맹인 친구들과
공부했으며
점자와 삶에 필수적인 기술등을 배웠고
이곳에서 평생의 은인인 반려자를 만났다.

각자의 생업이 바빠 한동안 연락이 뜸했는데
그는 울산의 한 특급호텔에서
안마사로 일하며 틈틈히 공부해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맹아학교 선생이 되어 목포소재의
은광학교에 재직했다.

1남 1녀를 둔 그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하숙하며
생활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서울근교의 맹아학교의 전출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그는 맹인의 스승으로서 책임감이 대단해
맹인용 사자성어 사전을 만들고
점성학 사전을 만드는 등
퇴근 후에도 맹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열성적으로 교육보조자료를 밤을 지새며
하숙집에서 만들었다.

1997년 초 어느날 그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으나 반신불수가 되었다.  
보통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중복 장애자가 되었으나
그의 목소리는 밝고 긍정적이며
씩씩한 척 친구들을 대했으나 나에게는
그의 고민을 털어놨다.

은광학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사립교원연금공단에
공상심의 신청을 해야 하나
학교에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상심의 신청서를 상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학교재단과 교장및
행정주관 부서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함을 주장하는 교원들의 대표였으며
재단에서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나는 의분해 백방으로 진정서를 냈다.

교육청,도청,문교부,청와대 등에
간절한 뜻을 담아 보냈고
이곳저곳에서 빗발치는 진상규명 지시에
학교측은 두손을 들고
바로 사학연금공단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얼마나 무성의하게 작성하였는지
1심에서 부결 결정이 났다.

사유는 고혈압이 있는데도 고혈압
약을 먹지 않았으며
본인 관리가 부절적 해서 공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2심 신청서는 내가 직접 작성했다.

당시는 의약분업이 되지않은 때이라
누구든 의사의 진료없이 마음대로 약을
살 수 있었으며
약가는 보험으로 청구되지 않은 시기였다.

"고혈압 약을 먹지 않았다고
어떻게 속단할 수 있는가?!
의사 친구의 소개를 받아 약을
지속적으로 먹었다.

그리고 일반인이 아닌 장님이
맹인용 교육자료를 만들다
뇌경색으로 쓰러졌는데
이를 공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병원치료도 못받고 굶어 죽으란 말인가?!"
하는 요지로 감성적 글을 만들어 재심 신청하니
공상으로 인정되었다.

그는 그동안의 치료비를 보상받고
후속적인 치료비용도 공단에서 부담하며
최종급여의 80%상당액의 연금을 평생 받으며
사후에는 50%상당액을 배우자가 받도록 되었다.

이 결정을 받고난 후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무언가 친구를 위해 대단한 일을 했으며
하늘나라에서 큰 상금을 예비한 듯 즐거웠다.

그 후 그는 최소한의 물질적 고통에서는
해방되었고
열심히 치료받으며 20년 가까이
나름 활발한 생활을 했다.

그는 나보다 훨씬 컴퓨터를 잘 다루었으며
고교동창 홈페이지에는 매일같이
그의 글이 올라와 아침 마다 즐겁게 읽었다.
옛시절에 대한 기억이 생생해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그의 글솜씨는 일품이었다.

4-5년 전 부터 그의 글이 끊어졌다.
40대말에 뇌경색을 앓고 20년이 지나
60대 말이 되니 점점 쇠약해 졌다.
가끔 통화하면 목소리에 힘이 없어지고
말도 점차 어놀해져 통화가 쉽지않게 변해간다.

제철 과일은 가끔 보내나
집으로의 심방은 점차 줄어들고
내가 할일을 다한 척 무심하게 보냈다.

약 2-3달 전에 천사같은 그의 배우자에게
전화가 왔다.
이제 더 이상 자기가 감당할 수 없어
요양병원으로 모시겠다는 상의이다.

음식을 삼키지 못해 목줄을 연결해
유동식을 넣는데
가끔 기도로 잘못 가 질식할 듯 발작을 하니
도저히 자기가 감당할 수 없겠다는 내용이다.

나는 즉각 동의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위로했다.
그분은 이유없이 자기가 잘못 모셨다고
울면서 말하니 틀림없는 천사이다.

코로나 시대에 요양병원은 면회도 못하고
내 친구의 마지막 떠나는 모습이
너무 처연해 보인다.

그는 3월 3일 좋은 날 새벽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오늘이 그의 발인 날이다.

우리직원이 된 그의 딸의 동료,
선후배 직원들 10여명과 함께 문상을 갔다.

어머니 상 때에도 잘 나오지 않던 오열이 터졌다.
내가 너무 무심했다고...

너무나 힘든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항상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사람됨이 기억나고
육체의 속박에서 힘들었을 그의 일생이
마음으로 느껴졌다.

그의 부인을 붙잡고 위로했다.
너무나 수고 많으셨고 틀림없이
좋은 곳으로 갈 것이며..
육체적 속박에서 해방되니
그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내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부의금을
손에 꼭 쥐어주었다.

마음이 허허하다.

연금을 받고난 후 부터는
사실 내가 무심했던 점이 마음에 걸린다.

미안하네. 잘 가시게.

또 다시 만나겠지!

안녕~~~~


2021. 3. 5.

이 근 태 배






안서규
학진이, 잘 가시게
이제 더이상 아픔없는 새로운 세상에서 영원한 평안과 안식 누리시게나
 2021/03/06    

송병헌
학진아 자네의 歸天소식들었을 때는 이미 장례는 끝난 후 였네, 재미 동기들에게 자네 부고알릴겸 자네가 내 카페에 올린 글을 보냈다. 그간 힘든 소풍이였으나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도 많았으리가 짐작하네, 착한 부인과 애들을 두었으니 그것은 자네의 복일쎄... 잘 가시게.

이근태형 감사합니다.
 2021/03/06    

김기영
ROTC11기, 부관병과, 이근태 형!
감명깊게 읽었읍니다.
 20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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